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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돌겠네.
두 시간 동안 앉아서 달랑 여섯 문장 쓰고 나니까, 내가 이게 뭐하는 건가 싶다. 돌아보면 난 뭔가 너무 애써서 잘하려고 할 때보다 마음을 적당히 비운 (그래도 열심히 하는) 때가 일이 훨씬 더 잘 되어 왔던 것 같은데, 그 정도 조절이 쉬워야 말이지. 뭔가 복잡한 문제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면 그 정도가 커지고 커져서 급기야 머리가 터질것만 같은 상황이 될 때가 있는데..
따지고 보니까 그건 사실 고민덩어리가 무진장 커져서라기보단 그냥 힘들다는 생각에 negative feedback 이 걸리는 것 같다. 그럴땐 그냥 생각없이 웃는게 참 좋더라. 사실 난 길게 고민한다고 좋은 결정하는거 별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타입이기도 하거니와, 이건 그런 차원도 떠나서 그냥 이 만큼 여러 사람 힘들게 고민할 문제까진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지.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은 대게 한 명이 마음이 넓고 지혜로우면 얼추 탈이 없다. 여러 사람 얽힌 문제에서도 비슷한거 같다. 한 명이 맘먹고 시원시원하게 생각하고, 양보하고, 좀 멍청하게 굴어도 주고, 필요하면 알아서 욕도 먹고, 많이 많이 웃고, 그럼 일이 굉장히 수월해진다. 내가 좀 더 일찍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을텐데. 난 하나도 힘든 줄 모르겠는데, 내 소중한 사람들이 다들 많이 힘들었다는게 마음이 아프다. 그게 말이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p.s.) 짧은 근황, 잘 살고 있다. 혹시 여기 아직 오시는 분들, 이런 글 썼다고 걱정 마시라. 그리고 오늘 아이폰 질렀다. :D 어떤 중요한 글을 쓰는데 필요한 마인드는, 120정도 준비해서 20을 버리고 100을 써낸다가 아니라, 500,1000 을 준비해서 대부분 다 버리고 정말 중요한 100만 글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써야 한다는 것 같다. 무슨 종류의 글이든 그런 것 같다. PI 랑 만나기 전에 준비하는 프로젝트 요약본이든, 수업에 낼 리포트든, (아직 안써봐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연구 논문이든, 이렇게 블로그에 사람들 보라고 쓰는 글이든, 여자친구에게 쓰는 연애편지든, 중요한 글이라면 무슨 종류든 그렇게 생각하고 써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오는 것 같다.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확실히 그만큼 더 크게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면 참 쉬운 진리인데, 살면서 실천하기는 참 쉽지가 않구나. 항상 매사를 크게크게 볼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자.
*** 올해 초 정신이 빠져 살 때보다는 삶에 대한 집중이 조금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KAIST 1학년 말에 잠깐 나태했었던 거랑 비슷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자신을 몰아갈 필요는 없지만, 여유를 가지면서도 중심을 잡고 집중된 삶을 사는건 가능한데 말이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4월 한달 안에는 완전히 중심 잡자. 확실히 살면서 직접 경험으로부터 배우는게 참 많은 것 같다. 한 번 어떤 일을 겪어본다는 것은 그 일의 처음과 끝을 두루 볼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 때문에 후에 비슷한 일, 혹은 비슷한 사고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된 단계에서 전체를 두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간접 경험은 중요하긴 한 것 같은데 그것의 가치는 직접 경험의 정도에 dependent 하게 올라가는 것 같다.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간접 경험은 비슷한 일을 직접 겪은 바가 있을 때 훨씬 크게 다가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난 아직 간접 경험이 크게 삶에 도움이 되어본 기억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그 때문에 나는 보통 어떤 일을 해볼까 말까 한참 고민을 하는 경우엔 대부분 해보는 쪽을 선택을 한다. 이 성격 덕에 살면서 전반적으로 좌충우돌이 많았던 것 같다. 이걸 감내하려면 얼굴이 좀 두꺼워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각오를 좀 하는 편이 낫다. (이유는 아래 문단을 참조, 근데 그런 미움은 오래가지 않아 결국 풀린다.) 고민의 종류는 회사 옆자리 동료에게 이 말을 할까 말까 하는 아주 작은 고민부터 진로 고민같은 중요한 일까지 아주 다양한데, 대부분의 경우에 하고 안하고를 두고 생각해봤을 때 양쪽 모두 뚜렷이 확실히 안될것 같은 이유가 없으면 일단은 해보는 쪽으로 정한다. 일단 해보면, 결국 그건 결과가 어떻든 "경험"으로 남는다. 보통 이런 식으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적극적 자세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데, 이건 대부분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사고 방식(내지는 현재 그들의 삶에 대한) inertia를 깨는걸 요구한다. 그게 대개의 경우 사람들을 좀 기분 나쁘게 한다 (over 80%, from my own experience so far). 나도 어느정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의해 자신의 homeostasis를 깨기를 원치 않는다. 이걸 가장 크게 느꼈을 때가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할 때였는데, 그 당시에 주변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내가 너무 성향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병특하면서 서울의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 지도교수님께는 "당신은 너무 당신 생각대로 주변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생각이 크다" 라는 말도 들어봤다. 그 조언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조언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그 때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으면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직접 해봄"을 통해 얻었던 것 같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오늘 랩에서 있었던 대화를 돌아보며 이제 점점 이 나라에 적응하고 내가 꽤 오랜시간 몸담을 '집단'이 생기고부터 예전에 내 성격이 좀 돌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궁금했던 한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아직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던 일을 고민끝에 행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일이 공통적으로 "그래 해보자" 라는 생각에 바탕한 것이었고, 잘한 것 같고, 앞으로도 난 이런 태도로 살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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